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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
    • 유서 같은 작품
    • 니콜라 푸생

    니콜라 푸생, <사계>1660~1664년

    사계

    파리에 이 작품이 도착했을 때, 당대 최고의 화가 샤를 르 브링 (Charle Le Brun)과 세바스티앙 부르동(Sebastien Bourdon)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했다고 합니다.
    니콜라 푸생 <사계> Les Saisons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 4개의 독립된 그림이자 하나의 작품입니다. 리슐리외 추기경의 조카인 아르망 장 Armandlean의 주문으로 약 4년에 걸쳐 그렸지요. 표면적으로는 그저 계절의 변화를 그린 것처럼 보이 지만, 구약성서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타납니다. 의미의 함축 면에서는 감히 최고의 작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봄> Le Pintemps은 녹색 음영이 짙은 울창한 숲 속에 옷을 벗은 남녀가 있는 그림입니다. 바로 에덴동산 속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죠. 이브가 손가락으로 나무에 달린 열매를 가리키며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려는 듯 보입니다. 이 모습을 본 창조주가 구름 사이로 나타나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죠. 이는 창세기 이야기로 기독교 구원의 4단계 중 첫 번째이며, 하루의 4가지 시간대 중 아침을, 인생의 4단계 중 탄생을, 고대 신들 중에서는 아침을 밝히는 태양신 아폴론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여름> Ltre 은 농민들이 무르익은 밀을 열심히 수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이 고되었는지 목을 축이는 여인, 새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중앙에는 밀밭의 소유주가 서 있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은 한 여인이 무언가를 간청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약성서 룻기에 나오는 이야기로, 모압 지방의 여자인 룻이 남편을 잃고 힘겹게 살아가다 먹을 것이 떨어지자 베들레헴 사람 보아스의 밀밭으로 찾아가 땅에 떨어진 이삭이라도 주워가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연속성에 어떤 이야기의 한순간을 동시에 담은 화가의 구성력과 연출력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여름은 기독교 구원의 4단계 중 룻기에 해당하며, 하루의 4가지 시간대 중 한낮을, 인생의 4단계 중에서는 성장과 발전(중년)을 그리스 고대 신들 중에서는 수확의 신 세레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에스콜 골짜기에서 포도송이 하나가 달린 가지를 잘라 두사람이 막대기에 꿰서 둘러메었다. 석류와 무화과도 땄다."

    <가을> iAurommc 은 구약성서 민수기를 그려냈습니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백성들과 함께 가나안 땅으로 가서 살라고 명하고, 12명을 뽑아 그 땅을 조사하게 합니다. 땅이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강한지 약한지 알아보고 그 땅의 과일들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가을은 기독교 구원의 4단계 중 민수기에 해당하며, 하루의 4가지 시간대 중 늦은 오후를, 인생의 4단계 중 성숙과 황혼기(장년)를, 그리스 고대 신들 중에서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나타냅니다.

     

    유서 같은 작품

    마지막 <겨울>Itiver은 계시록의 내용을 그린 것입니다. 40일 동 안 밤낮없이 내린 비로 생긴 대홍수는 세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유일한 희망은 노아의 방주였죠. 그림 속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배 한 척이 바로 노아의 방주입니다. 하지만 화가는 희망보다는 사라져 가는 인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방주로 가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 살기 위해 힘겹게 헤엄치고 있는 말, 말 위에 올라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남자, 간신히 배를 타고 높은 육지에 다다른 남편이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손을 뻗고 있고, 그 와중에 자신보다 아이를 먼저 구하기 위해 아이를 들쳐 올린 어머니의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죠. 즉, 대홍수는 인간의 종말인 동시에 새로운 탄생과 시작을 나타냅니다. 겨울은 기독교 구원의 4단계 중 계시록에 해당하며, 하루의 4가지 시간대에서 밤을, 인생의 4단계 중 죽음을, 그리스 고대 신들 중에서는 죽음의 신 하데스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겨울) 속에는 뱀 한 마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뱀은 아담 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한 사탄이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재생과 순환을 상징합니다. 즉, 인간은 살아가며 또다시 죄를 지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반복, 순환된다는 것을 예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계>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화가가 죽기 1년 전에 완성한 작품으로, 그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고 신성한 구원을 기다리며 그린 유서 같은 작품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작품들을 주문한 아르망 장은 작품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 약 4년의 시간이 흐른 1664년 말경에 그림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1665년 루이 14세와 치른 테니스 경기에서 패해 <사계>를 포함한 푸생의 그림 13점과 더불어 총 25점의 작품을 빼앗겼습니다. 이후 〈사계〉는 베르사유 왕실 컬렉션으로 옮겨지고 훗날 루브르 박물관으로 귀속됩니다. 푸생의 지식과 기술력이 모두 들어 있는 그의 마지막 작품을 잃은 아르망 장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런 웃지 못할 사건은 그림 속 많은 의미와 심각한 주제에서 벗어나 한결 가볍게 그림을 관람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니콜라 푸생

    '프랑스 왕실 수석 화가''프랑스의 영광','프랑스의 라파엘로'라는 별명을 가진 화가 니콜라 푸생 Nicolas Poussin, 1594-1665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서른 살부터 일흔한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이탈리아 로마에 머물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프랑스 화가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탈리아 화가라고 불러야 할까요? 푸생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프랑스는 절대 그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르네상스를 거치며 예술의 꽃을 피운 이탈리아의 그늘에 가려 열등감으로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어떻게든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죠. 그러던 와중에 엄청난 실력으로 로마에서 이름을 드높인 푸생의 존재는 프랑스로선 하나의 빛줄기였습니다. 그는 당대 유행했던 풍부한 장식과 극적인 공간 표현이 특징인 바로크 양식과는 다르게 그림을 통해 어떤 관념을 표현하고자 한 고전주의 화가였습니다. 이후 프랑스 아카데미가 푸생을 우위에 두면서 "아카데미적이다"라는 말을 "고전적이다"라는 말과 동일시하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로 푸생의 영향력은 대단했고, 지금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라고 할 수 있죠.
    푸생은 평생 동안 260점 정도의 작품과 400점 정도의 스케치를 남겼지만 자화상은 딱 2점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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